회사에서 딴짓하기, 원성준

이 책은 주인의식에 관한 책입니다. 제목의 ‘딴짓'은 '사이드 프로젝트'의 번역어일텐데, 딴짓과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감이 아주 다르죠. 사이드 프로젝트가 좀더 주제에 부합할 것 같은데, 이는 사내에서 내가 맡은 주력 프로젝트가 아닌 해커톤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고,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대로 정규직 이외에 따로 하는 개인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초창기 스타트업 준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이 시켜서, 해야 해서, 먹고 살아야하니까 하는게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주도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저는 이 책이 주인의식 혹은 초심에 관한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경력 시작하며 재미도 목표도 있었는데 번아웃도 겪고 실제 대부분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결국 그다음 채용을 위한 밑거름이나 누군가의 사업 준비에 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지라 언젠가부터 이 열정맨 흐름(?)에 굉장히 지쳤던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었고, 어떤 일에 열정을 느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작년쯤부터 이제는 정말 먹고사니즘을 넘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이에 대해 준비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이것만이 주 40시간 이상을 잡아먹는 '일'이라는 길고 지치는 과업에게서 내 인생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니면 빠른 은퇴뿐 …!) 그래서 이 책으로부터 다음 단계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그리고 평소 회사에서도 어떻게 좀더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실무에서 겪은 얘기를 자세히 풀어놓아 흥미로웠고, 챕터별로 조언을 다시 갈무리해주고 있어서 읽기도 편했습니다. 아마 마음먹으면 하루 만에도 다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자의 모국어가 한국어보단 영어에 더 가까운지 중간중간 어색한 문장이 많기는 했는데 크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내가 너무 관성적으로 일하지 않나 중간에 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

책 속 인상깊은 구절들

학점도 중요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그건 바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다양하게 무엇인가를 만들 방법을 즐겁게 배우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후부터 나보다 잘하던 동기들이 경쟁자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언젠가는 함께 재밌는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협력자로 생각되기 시작했다. 같은 레이스에서 경쟁하기보다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더 잘할 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후로부터 모든 게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업무를 진행하든 간에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든, 싫지만 주어진 일이든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면 그 일을 하는 방법, 나만의 우선순위 목록,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오롯이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내 권한 밖의 일들이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 작업은 더욱 즐거워지고 자연그럽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나온 디자인 결과물이 더 나아질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모든 것이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주인의식을 누가 주는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나 스스로에 대한 주인의식, 즉 진정한 자존감으로부터 나온다.

발빠른 환경 변화와 다양한 역할에 따라오는 일 때문에, 정신없이 코 앞에 닥친 불을 끄는 내 모습을 자주 보면서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느꼈다. 하나는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에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생각같더라도, 후에 다른 시각과 맥락에서 바라보면 훨씬 더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두번째는 바로 앞에 있는 일을 하면서도 더 멀리있는 단계를 고민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내가 못하면 남이 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팀 자체가 소수이기 때문에 더욱더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음 단계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장벽은 5-10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졌고, 계속 낮아질 추세다. 시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두려움부터 없앤다

그들에게 우선순위와 동기는 돈이 생기고 부자가 될만한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열광할 만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나는 스티브 잡스가 한 말 중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제가 본 좋은 제품은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나 친구에게 필요한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려고 깊이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그들도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싶었던 거죠”

나는 기존에 하고 있던 작업과 거리가 먼 분야를 먼저 생각해 본다. 거기에서 개인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점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한다. 관심은 있지만 이해도가 적은 분야를 고를 경우, 나를 다방면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동시에 내 불편함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일 경우 스스로 편해지기자고 하는 동기부여로 인해 재미가 더해진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고를 때는 그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반복해서 찾으려 한다. 그것은 올바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고 올바른 정답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딴짓의 주제를 찾을 때는 ‘성공’이 보장되는 것보다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여 색다른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좋다. 모든 실험은 가정을 세운 다음 이를 확인해가는 것이므로, 실패로 끝나든 성공으로 끝나든 그 과정과 결과가 나를 성장시키는 훌륭한 학습이 된다. (…) 하루 동안 놀듯이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다. 기존에 사옹자들이 많이 쓰고 있는 앱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러 알람을 주제로 골랐다. (…) 다양한 알람들은 대부분 사용자에게 보이는 시각적 요소나 동작하는 방식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 실제로 알람의 근본적인 목적인 ‘깨어나기’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는 앱은 찾아볼 수 없었다. (…) 결과는 숫자로만 볼 때 완전한 실패였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앱 스토어에 앱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요소들, 프로토타입에서 실제 상용 제품으로 개발하는 데 필요한 추가적인 고려사항과 노력, 새로운 앱으로 사용자의 눈에 띄도록 해야 하는 어려움 등 다양한 겅험을 얻었다.

프로세스나 타이밍에 놓쳤다고 아이디어 추진을 중단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시작하는데 좋은 때가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프로세스의 틀에 맞춰 작업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난다. 그보다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내 아이디어를 현실화해보는 것이 좋다.

나만의 마일스톤: 프로젝트 중간 목표 지점에서 진행 과정을 공유할 때 원하지 않는 피드백으로 전체 방향이 흐트러진다면 과감하게 대화를 멈추고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니즈: 개발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유관 부서와 컨셉 리뷰 미팅을 잡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확신이나 환호보다는 의구심과 우려를 나타내 보였다. “우리 팀에서는 지금 다른 것들을 더 우선순위로 보고 있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 어떤 과제를 진행할지 말지 고민될 때는 내부의 반응보다는 실제 사용자의 요구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스토리텔링: 회사에서는 각각의 팀들이 자기들만의 우선 순위에 맞춰 당면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분주한 게 보통이다. 이런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일을 돕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 동기를 찾는 것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을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주기
해결책을 내는데 앞서 먼저 근본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들과 동일한 입장과 시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진심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자신이 제안하는 디자인을 더욱 편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자유가 많은 프로젝트일수록 황무지 같을 수 있고, 그 틈을 타서 여러 사람이 제각각 자신의 아이디어와 색깔을 넣으려고 강요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 말리지 않게, 늘 제안된 해결방안을 항상 한 반 뒤에서 관찰하여 그 뒤에 숨은 니즈를 먼저 파악한다.
기분좋게 ‘no’라고 말하기
내가 미국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가 하는 말에 매번 반박하지 않거나 자기가 보지 못한 면을 짚어 주지 않는다면 그 상대에 대해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던진 아이디어를 거절할 때는 무엇보다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제품의 개선을 위한 의견이라고 확실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그 의견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를 반대하는 대신 다른 대안을 함께 얘기할 수 있다면 덩구 좋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며 건설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최고다.
새롭고 색다른 일을 시도하면서 배운 점은 다른 제품 팀에 알려준다. 그러면 임팩트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용꼬리가 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뱀 대가리가 되는 게 나을까?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맡을까 아니면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고 더욱 큰 비중을 맡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좋을까? 적어도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는 개인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이나믹한 페이스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는 후자의 경우다. 차근차근 나만의 역량을 하나둘씩 쌓으면서 자신을 증명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폭넓은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sparkles:기회는 처음부터 반짝이는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sparkles: 주어진 기회에 뛰어들어 손이 더러워지도록 열심히 일하면서 그 기회를 어떻게 빛내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것이 훨씬 중요한 포인트다. 나는 내 앞길에 무엇이 주어지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1. 아이디어를 앞장서서 지휘하고 주입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내가 존경하는 매니저 한 분이 내게 한 가지 원칙을 들려주었다. 그는 내게 모든 회의에 도출하고 싶은 결과물에 대해 한 가지 관점을 꼭 지니고 들어가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나와 같은 관점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차례차례 대화를 유도하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목표에 도달하고 그것을 돕기 위해 개인적으로 해야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2. 그동안 PM의 역할을 통해 배운 것들이 참 많았다. 디자이너로서 함께 일하는 PM의 관점과 그가 생각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디자인 다음에 따라올 세부적인 내용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디자인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프로그램 매니저와 같은 위치와 관점을 가정해서 제품을 구상해보고, 다시 디자이너의 역할로 돌아와 작업을 마무리해 보는 것이다.

에필로그 -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나만의 몇 가지 기준 -

  1. 새로운 매체. 매체나 매개를 바꾸면 새롭게 긴장감이 생기면서 더 큰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2. 새로운 문제 범위. 적어도 기존에 한 번도 안 건드려본 주제를 선택해 본다. 새로운 문제를 기존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해 보면, 기존에 내가 문제에 접근하던 방식에 대한 장단점을 더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3. 논쟁적인 이슈. 사람들이 자신의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기준을 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고, 이를 딴 짓처럼 시작하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내 경험으로 볼 때 반드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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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시대의 메아리

<금이 가다 1936년 2월> 인생은 10년 전만 해도 내가 하기 나름이었다. 노력을 해도 소용없다는 느낌과 그럼에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필요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야 했다.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겠다는 집념, 이미 확장된 과거와 미래라는 목표, 그 사이의 균형점 말이다. (…)그런데 아직 마흔아홉까지 10년이나 남은 이때, 내게 이미 금이 가 버렸음을 갑자기 깨달았다. 1.사유를... Continue →